첫 해외여행은 인도였다. 당시 내가 좋아하던 작가덕에 인도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다. 그곳에 가면 삶에 대한 진리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수많은 신과 구루가 사는 나라. 동생의 추진력으로 난 떠날 수 있었다.
도착한 곳에 인도는 없었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내가 생각한 인도는 없었다. 거기엔 더럽고 무질서한 혼돈 자체가 있었다. 삶의 진리를 갈구한 내게 큰 실망감으로 다가왔다. 작가가 거짓말을 했다는 생각과 원망의 마음이 피어났다. 그리곤 인도 여행을 한지 1주일도 안되어 동생과 다투었다. 어릴때는 많이 다퉜지만 성인이 된 이후로는 처음이었다. 후에 동생이 이야기하더라. 어린아이처럼 둘이 싸웠다고. 근데 그때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온전히 나의 잘못이었다. (생각해보니 아직까지 그때의 일을 사과하지 못하고 있다.) 다툼후 숙소에서 나온 나는 덜컥 겁이 났다. 인도의 밤이 위험하다던데 어디로 가야하지? 백미터 거리에 보이는 인도인들의 모습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무도 없는 어둠은 내게 두려움을 선물로 주었다. 5분도 안되서 난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다툼이후로 깨달았다. 인도는 내 마음속에 있구나. 굳이 인도가 아니어도 난 인도를 갈 수 있구나. 그뒤로 진짜 인도여행이 시작되었다. 이후의 여행은 즐거움 자체였다. 바라나시에 폭우가 오던날 길거리는 소똥 범벅이 되었지만 그곳에서 난 즐거웠다. 바퀴벌레가 기어다니고 물에 뭔지 모를 이물질이 떠다니는 곳에서도 즐겁게 식사를 했다.(견디기 힘들긴 했다.) 인도커리는 내 입맛에 딱 맞았고 푸드파이터처럼 도장깨기를 하듯 이곳저곳을 옮겨다니며 음식을 즐겼다. 소매치기를 당할뻔 하기도 하고, 머물던 도시가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 24시간내내 버스만 타고 바라나시로 이동할때도 즐거웠다.(괴롭기도 했다.) 보드가야에서 한국절에 잠시 방문하고, 현지인이 먹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며 깜짝 놀라기도 하고, 어디를 가든 릭샤를 탈때는 흥정을 해야하고, 잔돈이 없다며 거스름돈을 못받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런 인도인들을 상대로 처음에는 당하지만 되려 나중에는 돈을 깎는 한국사람들을 보며 놀라기도 하였다. 뭄바이에서 산 물건들이 여행후반엔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었다는 것을 알고 여행 처음부터 당했다는 것을 알았다. 이 모든 여행이 사실 동생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꺼다. 모든 여행계획과 예산을 동생이 짰다. 난 몸만 가면 됐다. 인도여행후 십여년은 이 얘기만 하고 살았다. 그 중 9년 11개월은 동생의 덕이다.
삶의 진리라는게 있다고 믿었고 지금도 있다고 믿는데 그때는 그것을 누군가를 통해서만 어딘가를 가야만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인도여행을 통해 알게 된건 떠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삶의 진리가 있다면 지금 여기에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개인적인 견해이다.) 그걸 찾게 된다면 지금 이곳이 인도라는걸 알게 되었는데 지금도 난 헤매이고 있다. 그리고 인도를 그리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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