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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

시간이 지나 뒤를 돌아보니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나 혼자 넓은 벌판에 서있었다. 내 주변을 감싸고 있던 많은 것들이 남김없이 사라진 허허벌판에 외로이 서있었다. 불러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 그곳에서 망연자실, 지나간 시간을 괴로워했다. 하지만 다시 눈을 돌려보니 거기엔 나와 함께 했던 많은 것들이 있었다. 그 많은 것들을 단지 나는 시간이 지나 알아보지 못했을 뿐. 모든 것이 나를 떠났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내가 떠나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야기묶음 2025.02.19

길상사를 다녀와서

2주 전 외할머니 제사를 길상사에서 지냈다. 처음으로 간 길상사. 그곳에서 다른 분들과 함께 외할머니 제사를 지내는데 나와 동명이인이 있더라. 그분은 망자로 거기에 참석하셨다. 제사를 지내는내내 내 이름이 그곳에 울려 퍼지는데 기분이 묘했다. 그리고 언제든 내가 저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게 다시금 실감이 났다.  20대 무렵. 고등학생 무렵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때 내게 죽음에 대한 공포가 엄습했다. 어느 날 문득 자고 일어났는데 죽음의 공포가 밀려왔다. 자고 있는 동안 내가 아무 의식이 없었는데 죽는다는 게 그런 거일 수 있겠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죽어서 나라는 존재 자체가 사라질 수 있겠다 라는 생각과 함께 두려움이 찾아왔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다시금 죽음의 그림자를 밟은 나는 그때와는 다른..

이야기묶음 2025.01.29

한해가 지나간다.

아주 긴 한 해가 지나간다. 다른 한편으로 아주 짧은 한 해가 지나간다.  아주 안정적일 거라고 생각한 40대가 되었는데 역시나 불안정한 나를 발견한다. 불안정한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안정적이고 싶어 하기 때문인 거 같다. 그래서 내년 한 해는 아낌없이 불안정한 것을 허용해주려고 한다.  불안정한 한 해에 계획하고 실행하고 수정하기를 반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잘 가 2024년 어서 와 2025년

이야기묶음 2024.12.31

815뜀박질

몸이 많이 무거웠다. 그래서 잠시 누웠는데 30~40분이 흘렀더라. 그냥 건너뛸까 싶었지만 러닝화를 신고 밖으로 나왔다.   815 광복절이 되면 많은 러너들이 그것을 기념해 8.15k를 뛰곤 한다. 러닝거리를 늘리고 싶기도 하고 동기부여도 필요하기도 하고 다양한 이유로 8.15k를 뛰어보자 아침부터 다짐했다.   많이 시원해졌지만 바람이 후덥지근하더라. 뛰기 전 컨디션이 이미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 상태라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그래, 지금 내가 뛸 수 있는 속도로 천천히 가보자.'라는 마음으로 한걸음한걸음 내디뎠다. 페이스가 5분대가 되면 빨리 지친다는 걸 체감해서 웬만하면 6분대로 달리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6분대는 뭔가 뛰는 맛이 안 난다고 스스로 느끼니 계속 페이스가 빨라지려고 하..

이야기묶음 2024.08.19

24년 상반기를 지나며

무더웠던 날이 지나간다. 올해는 어찌하다 보니 많은 교육을 들었다. 마이즈너 워크숍부터 드리시티 ttc 그리고 조피의 인요가 ttc. 그 많은 것들이 내게 많은 정보를 전달했는데 이제는 그것을 소화할 시간이다. 첫 번째 ttc에서도 그랬다. 이 많은 정보를 10주 만에 소화한다고? 그리고 아마 2년이란 시간이 흘렀던 거 같다. 잘 소화했냐고? 소화했다기보단 흘려보냈을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무언가 채워 넣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막상 채워 넣다 보니 소화가 잘 안 된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이것을 위해 많은 것을 투자하다 보니 내 몸은 잘 챙기지 못하는 시간이 되기도 하더라. 나를 잊게 되니 버겁게 느껴지는 시간이 있었다.   그래서 주변에 선생님이 걱정을 하셨다. 석환쌤 괜찮데?라고. ..

이야기묶음 2024.08.15

조금씩 조금씩

다시 러닝을 시작했다. 사실 이것저것에 관심이 많다. 하고 싶은 것은 많고 그래서인지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어영부영하다가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많다. 거기에 더해 한번에 멀리 가기를 바란다. 달리기도 마찬가지다. 원래 축구를 좋아하고 30대 초반까지는 축구를 취미 삼아해 오던 나이기에 뛰는 게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몸에 부상에 찾아오면서 내가 뛸 수 있는 거리와 속도는 점점 줄어들었다.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가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1~2주일이면 원래 뛰던 거리나 속도가 나와야 하는데 그 정도의 속도나 거리가 나오려면 이제 3~4달은 필요한 거 같다. 그게 힘들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게 내가 가진 성향이구나 라는걸 계속 깨닫게 해주는 좋은 소재인 ..

이야기묶음 2024.08.14

드디어 주말 100분 수업.

루트로 왔을때 원장님이 시간 지나면 주말 100분 수업도 해보자 라고 얘기를 하셨다.그 시간 지나면을 미루고 미루어서 1년이 지나서야 하게 되었다.  마치 루트에서 첫수업을 할때가 떠오른다. 뭐 그만큼 떨리지는 않았지만, 여튼 100분을 어떻게 끌고 가야할까? 라는 고민이 들더라. 내가 원하는 것들이 회원들에게 전달될 수 있을까? 내가 전달하고자하는 것이 맞는건가? 등등의 고민들이 찾아왔다. (이건 매 수업마다의 고민이기는 하다.) 연차로는 3년차지만 아직도 수업이 두렵기도 하고 확신보다는 의심이 더 많기는 하다. 그 고민끝에 항상 도달하는건 '내가 지금 전달할 수 있을것을 전달하자.' 였다. 그 이상을 바라는 것은 욕심이므로. 하루하루 내가 해야되는 것들을 하다보면 경험이 쌓이고 그게 나의 자산이 되지..

이야기묶음 2024.08.12

오랜만에 수련일기

몸에 불편한 곳이 많다. 허리도 불편하고 목도 불편하다. 허벅지는 단단해서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또 가동범위에 제약이 많다. 요가를 하다 보면 내 몸에 대한 불만이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 '나는 왜 이렇게 뻣뻣하지.' '이만큼 했는데 왜 난 안되지?' 등등. 그러한 불만들을 수련 내내 내뱉다 보면 몸이 아닌 마음이 지치고 그러면 이내 몸도 지친다. 난 왜 수련을 하는 것일까? 그러다 보니 그 근본적인 물음이 떠오른다. 이 자세를 잘하게 되면 나는 괜찮아질까? 지금의 목소리들이 사라질까? 아니 사라지지 않을 거다. 다른 무엇인가를 또 찾을 거다. 그렇게 나는 나를 계속 파괴할 거다. "다른 사람에게 하듯 본인에게도 조금 더 너그러워지세요" 나의 첫 요가선생님이 내게 했던 말. 요가교사가 되고..

수련하고 2024.05.23

지구탈출 그 이야기. (일단 첫번째 이야기)

극단에서 이상한 놈을 한 명 만났다. 이 세상에 태어나 만난 친구 중에 제일 이상한 놈이다. 근데 신기하게도 그 이상한 놈과 가장 많은 연락과 공연을 하고 통화를 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럼 나도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놈 중에 한 명인 건가? 짧은 극단 생활을 마치고 알바를 하며 계속 연기를 한다고 이야기는 하지만 비리비리하게 지내고 있던 어느 날 그 이상한 놈이 다른 이상한 놈에게 전화를 했다. 만나서 할 이야기가 있다고. 그래서 우리는 사당동에 위치한 삐까뻔쩍한 스타벅스 3층 건물에서 만났다. 그곳에서 이야기하던 그 친구는 자기는 이렇게 자본주의에 찌든 곳은 힘들다며 나가서 마저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보슬비가 보슬보슬 오는 거리를 한 시간 정도 걸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생각해 보니..

카테고리 없음 2024.04.01

싱잉볼 힐링

지난 일요일 루트요가에서 ttc를 듣고 있는 선생님들, 루트요가 선생님들과 함께 sema선생님이 진행하신 싱잉볼 힐링 시간을 가졌다. 싱잉볼 힐링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번에는 루트요가의 정원선생님의 리드로 친구와 함께 들었었다. 그때도 숙면을 취했었는데 이번에도 숙면을 취했다. 토요일 9시간 취침. 밥 먹고 다시 한 시간 취침. 싱잉볼 힐링으로 한 시간 추가 취침. 그날 저녁 6시간 취침. 주말을 거의 내리 잠을 잤다. 그리고서는 느낀 것. 잠은 참으로 중요하다. 요즘 마이솔 수련으로 6시 30분에 기상한다. 전날 조금 일찍 자야 하는데 12시가 넘어서 자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수련이 끝나면 기진맥진하는 경우가 다수인데 이날 느꼈다. 잠이 부족하구나. 세션 초반에 뽑았던 카드. 평소에 마음에 드는 ..

수련하고 2024.03.28